본문
-
탑돌이와 연등의 종교민속적 의미
- 주제탑돌이와 연등의 종교민속적 의미
- 시대현대시대
- 저자구미래
상세소개
위로 가기불교에서 탑은 붓다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붓다 입멸 후 그의 유골은 각 나라 에 분배되어 여덟 개의 사리탑과 사리용기․재를 모신 탑 등 근본십탑(根本十塔)이 세워졌 다. 숭배하는 대상의 유해를 모신 건축물이기에 탑은 추모의 대상에서 점차 신앙의 대상이 되었고, 인도를 통일한 아소카왕은 사리탑의 사리를 모두 모아 인도전역에 8만4천개의 절과 탑을 건립함으로써 불탑신앙의 대중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7세기 말〜8세기 초에 한역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하 ‘무구정 경’이라 함)은 탑을 세울 때 근거가 되는 경전으로, 탑을 조성하는 의미와 함께 관련된 공 덕을 상세하게 밝혀놓았다. 특히 이전까지 탑에는 진신사리를 모시는 걸로 여겼으나, 『무구정경』에 다라니경을 모시는 공덕을 강조하였듯이 경전을 넣어 조성한 탑 또한 불탑신앙 의 대상이 되었다. 8세기 후반에 한역된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地觀經)』에도 “머물 거나 거처하는 곳마다 읽든지 외우든지 풀어서 말하든지 쓰든지 이 경이 머무는 곳이 곧 불 탑”이라 하였다. 이처럼 진리가 담긴 경전을 법신사리라 부르며 진신․법신 사리의 구분 없이 탑을 조성하거나 중수하는 것은 물론, 탑을 돌거나 불공을 올리거나 청소하는 등 탑을 둘러싼 선행공덕을 중요하게 다루게 된 것이다. 『무구정경』을 중심으로 탑과 관련된 선행공덕을 살펴보면, 국가가 받는 공덕으로는 재 해․재변 소멸, 원적 격퇴, 신장 수호, 백성의 정법 갖춤 등을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선 근․복덕 성취, 수명연장, 업장소멸, 죄․질병․번뇌 소멸, 보리성취, 전생죄업 소멸 등의 생 전공덕과, 극락왕생이 주를 이루는 사후공덕을 갖는다고 하였다. 이처럼 『무구정경』에서 불탑의 건립과 공덕의 주체는 국가 중심에서 점차 개인 추복적 불탑관의 성립으로 이어졌 다.우리나라에도 이른 시기부터 ‘절이 있는 곳에 탑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깊었다. 중국의 『주서(周書)』․『수서(隨書)』에서는 백제를 일컬어 ‘절과 탑이 매우 많은(寺塔甚多) 나라 ‘라 하였고, 『삼국유사』에는 “절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 지어 늘어섰다(寺寺星張 塔塔雁行)"고 기록하였다. ’석탑의 나라‘라는 말처럼 현재에 이르기 까지 절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탑을 조성하여 중요한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탑뿐만 아니라 마을에도 돌탑이 있고, 전국의 방방곡곡에 크고 작은 이 름 없는 돌무지들이 무수하다. 사람들은 산길을 가다가 돌무지를 만나면 조심스레 돌 하나 를 올려놓으며 잠시 ‘종교적 인간’이 되곤 한다. 이처럼 정성들여 돌을 쌓고 그렇게 쌓은 돌무지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는 광범위하고 역사도 깊다. 특히 마을입구에 만들어 모신 돌탑은 공동체의 소망이 결집된 벽사기복의 대표적인 신체 (神體)이다. 불탑 속에 사리 등을 모시듯이 마을돌탑 속에도 무언가를 넣는 경우가 많다. 내 장물은 공동체의 소망이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주를 이룬다. 오곡단지를 넣어 풍년을 기원하고 부적으로 액을 막는 일반 벽사기복의 내용물이 있는가 하면, 화재가 잦은 마을에 서는 숯을 넣어 불을 누르거나, 마을앞 다리가 지네모습이라 불길하다고 여기면 지네를 잡 아먹는 두꺼비를 만들어 넣기도 한다. 내장물의 특성에서 알 수 있듯이 돌탑은 부족한 기 운을 보강하기 위해 산 모양의 자연물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조산비보(造山裨補)의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돌탑의 맨 위에 얹는 돌은 탑윗돌ㆍ탑머리ㆍ꼭지돌ㆍ상두석(上頭石) 등이 라 부르는데 불탑에 비유하자면 상륜부에 해당하는 셈이다. 민간에서 이처럼 탑을 세우고 소망을 담는 것은 하늘을 향해 솟은 탑의 구조적 상징 때문 이다.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가장 큰 자연물이 산이라면, 솟대ㆍ장승ㆍ서낭대ㆍ볏가릿대처 럼 장대를 세운 일련의 입간(立竿) 구조물 역시 하늘을 향한 수직성이 신앙의 핵심을 이룬 다. 따라서 한 마을을 대표하는 나무는 그야말로 생명력을 지닌 자연신앙물이기에 당산나무 ㆍ당수나무 등이라 부르며 섬겨오고 있다. 이들 수직적 상징물은 인간의 기원을 올리고 신 의 뜻이 내려오는 매개로 여긴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간(神竿)이자 우주목(宇宙木)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의 우주목이 신단수(神檀樹)라면, 마을마다 각자 또 다른 우주목을 지닌 채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세계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탑이 붓다의 유골을 모신 예배대상이자 불교사상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출발했지 만,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상징성을 공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초기인도와 남방불교권의 불 탑은 봉분형이었으나 중국ㆍ한국을 비롯한 북방불교권에서는 층층이 쌓아올린 누각 형태로 바뀌었다. 봉분형이 알․배아를 뜻하여 불법의 생명력, 진리의 씨앗을 담고 있는 의미를 지닌다면, 하늘을 향한 층탑형은 불법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 특히 탑의 층수는 3ㆍ5ㆍ7ㆍ9층처럼 홀수이고, 평면구성은 4각을 중심으로 6각ㆍ8각 등 짝수를 취하고 있다. 하늘(陽)을 향한 층수는 양수로, 땅(陰)을 이루는 면은 음수로 구성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천지의 이치를 담은 것이라 하겠다. 형상을 볼 때 층탑형은 수직의 입간 구조물이다. 봉분형 또한 기단에 돔을 앉힌 다음 위 쪽에 사각의 작은 난간을 세우고, 한가운데 간(竿)을 높이 세워 그 위에 산개(傘蓋)를 둔다. 이때 입간의 구조물로 세운 ‘간’ 또한 그것이 놓인 의미와 더불어 솟대처럼 신성이 깃든 징 표로 여길 만하다. 삼한시대에 제의를 행하던 신성지역 소도(蘇塗)에 대해 『삼국지(三國 志)』에서 “그들이 소도를 세운 뜻은 마치 부도(浮屠)를 세운 것과 같다”고 한 데서도, 입 간구조물의 종교적 상징성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도는 수두(신단)ㆍ솟터 (높은 지대) 혹은 솟대ㆍ솔대ㆍ소줏대 등에서 유래하였다고 보아 성역(聖域)이자 신간(神竿) 의 의미를 지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신간으로 해석하고 있다.이처럼 불탑은 보편적인 입간신앙의 기반 위에 불공의 의미가 강조되면서 탑을 둘러싼 신 앙행위는 더욱 활발하였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불탑숭배방식으로 전승되어온 것이 ‘탑돌이’라 할 수 있다. 탑돌이는 예경의 대상인 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종교 의식이지만, 마당에서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 있는 개방성을 지녀 민속적ㆍ축제적 성격이 짙다. 특히 탑돌이는 주로 밤에 연등을 들고 행하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등을 밝히는 의미와 도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의식이나 놀이로써 불을 밝히는 일련의 연등(燃燈) 풍습 또한 광범위한 문화적 기반을 지니고 있어, 탑돌이와 연등은 불교의식에 국한하기보다는 종교민 속적 토대 위에서 다루는 것이 전승양상의 의미를 밝히는 데 보다 적합하다. 따라서 여기서는 탑을 중심으로 한 대표적인 불교의식이자 민속놀이로서 탑돌이를 연등과 연계하여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탑돌이와 연등의 결합에는 다양한 주술․종교적 핵심요소들 이 중첩되어 있음을 분석하고, 이들 의식이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에 어떠한 의미로 전승되 었는지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