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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燃燈)의 상징성과 민속적 수용양상

  • 주제연등(燃燈)의 상징성과 민속적 수용양상
  • 시대현대시대
  • 저자구미래
목차
위로 가기 연등(燃燈)의 상징성과 민속적 수용양상
구미래
Ⅰ. 불 밝히는 의식행위의 보편성
Ⅱ. 달과 불의 만남, 보름연등
Ⅲ. 세시연등(歲時燃燈)의 중층적 전승양상
Ⅳ. 연등과 불교 보편성의 만남

상세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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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스스로 불을 일으킨 이래, 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면서 문명 발전의 토대가 되어왔다. 자연의 빛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인간의 삶에서 어둠을 밝히는 일 은 불의 쓰임새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실제적ㆍ일상적 행위이다. 그런데 필요한 곳 에 불을 켜서 어둠을 밝히는 일만이 아니라, 의식이나 놀이로써 불을 밝히는 상징적 행위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양상으로 전승되어왔다. 불(火)과 등(燈)은 유사한 의미를 지녔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이 파괴력과 권위를 지닌 원시적 상징성이 크다면, 인간은 등이라는 ‘문화화 된 불’을 통해 불의 상징성을 공유해왔다. 역사적으로 ‘등을 켠다’, ‘등을 밝힌다’는 뜻의 연등(燃燈)은 불교문화권에서 널리 성행해온 불교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면서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自燈明法燈明)”는 가르침을 남겼듯이, 등을 켜서 어둠을 밝히는 것은 곧 무명을 밝히는 지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후 연등은 불보살께 올 리는 중요한 공양행위로 정착되어 오늘날의 연등축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불교의 연등이 오랜 역사를 통해 사상적ㆍ신앙적으로 전승되어왔지만 의식행위로서 불 밝힘은 물론, ‘연등’이라는 용어 또한 불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연등공양은 인도 전래의 풍습을 불교에서 수용한 것으로 석가 생존 시부 터 그 공덕이 이야기된 것이었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신들에게 물ㆍ향ㆍ꽃ㆍ등ㆍ음 식을 바치는 습속이 있었고 현재까지도 예배의례인 푸자(puja)에서 중요시되고 있 다.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연등의 원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히는 일은 무 의미해 보인다. 어둠을 환히 밝히는 불, 만물을 불태워 잠재울 수 있는 불의 특성을 떠올리노라면, 불을 밝히는 행위는 인간의 본연적ㆍ보편적 심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연등회(燃燈會)는 개최시기와 관련하여 크게 대보름연등(1.15) -이월연등(2.15)-초파일연등(4.15)의 세 유형이 거론된다. 연등회가 주로 특정한 세 시(歲時)에 실시된 연례행사였기에, 대개의 세시풍속이 그러하듯이 시기의 문제가 정체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전통 연등행사에서 국 가는 강력한 전승주체로 등장한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국가의례로 꼽는 연등회와 팔관회(八關會)는 모두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절차 또한 유사하다. 특히 태조 왕건은 고려를 열면서 “연등은 부처를 섬기는 것이요, 팔관은 천령(天 靈)ㆍ오악ㆍ명산ㆍ대천ㆍ용신을 섬기는 것”이라 하여 불교의례로서 연등회의 성격 을 뚜렷이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념이 다른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팔관회는 일 시에 단절됐지만, 사월초파일 연등은 오히려 조선시대에 더욱 성행하였고 개국초기 인 1415년까지 대궐의 연등이 지속되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연등’이라는 행위의 보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공식적으로 불교 를 억압했던 조선초기에 팔관행사의 단절과 달리 연등행사가 민간은 물론 궐내에도 만연했던 것은, 태조의 천명과 무관하게 등을 밝히는 일이 지극히 보편적이요 민속 적ㆍ축제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의례절차를 갖춘 국가의례로서 연등 회는 사라졌지만, 연등회가 열리던 날 수많은 등을 밝혀 종교적으로 기원하고 관람 을 즐긴 일련의 연등ㆍ관등(觀燈)ㆍ간등(看燈)의 풍습은 지속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 니라 연등은 팔관회의 핵심을 이루는 의례요소이기도 했으니 등을 밝히는 행위의 상 징성과 축제성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의 연등이 국가의례ㆍ불교의례와 시공간의 측 면에서 ‘따로 또 같이’ 전승되어왔다는 사실이다. 공간적으로 궁궐ㆍ도성과 사찰뿐만 아니라 마을과 민가에서 주체적으로 연등을 즐겼고, 불교와 국가 행사 이전부터 연 등의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민속 차원에서 연등은 불과 관련된 일련의 의식ㆍ놀이 와 연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불의 민속은 국가적ㆍ불교적 연등행사와 큰 영향력을 주고받는 가운데 전승되어왔다. 이에 ‘특정한 맥락에서 불을 밝히는 행위’의 의미와 상징성에 새삼 주목하게 된다. 연등을 중심으로 한 범국가적 의례로 연등회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축적되 어왔고, 연등회의 민속성에 대한 고찰도 다각적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따라서 여기 서는 연등을 포함하는 ‘불의 민속’이 민간에 어떠한 맥락으로 수용ㆍ전승되었는지 분 석하여, 그 기층성과 종교성을 좀 더 근원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주된 연등의 시기로 ‘보름연등’에 주목하여 달과 불의 대응관계를 살피고, 세시 연등(歲時燃燈)이 전승된 양상을 세 가지 맥락으로 나누어 다루었다. 이는 연등의 보 편적ㆍ기층적 특성과 역사성이 뒷받침되었기에 지금의 연등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 었고, 연등축제가 장차 세계적 문화축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지니고 있음을 확 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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