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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탑돌이의 민속과 계승방안

  • 주제2013년 월정사탑돌이보존회 학술 보고회
  • 시대현대시대
  • 저자구 미 래 (동국대 외래교수, 불교민속연구소 소장)
목차
위로 가기 월정사탑돌이의 민속과 계승방안
구 미 래 (동국대 외래교수, 불교민속연구소 소장)
1. 천지조화의 상징,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2. 월정사탑돌이의 복원과 전승내력
3. 탑돌이의 주체에 대한 주목
4. 탑돌이의 시기에 대한 주목
5. 탑돌이의 방법에 대한 주목
6. 오대산 화엄사상의 구현, 월정사탑돌이

상세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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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이른 시기부터 ‘절이 있는 곳에 탑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깊어, 『삼국유사』에 “절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늘어섰다(寺寺星張 塔塔雁行)"고 기록하였다. ’석탑의 나라‘라는 말처럼 현재에 이르기까지 절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탑을 조성하여 중요한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우리나라의 팔각석탑으로는 가장 크고 높을뿐 더러, 미적으로도 으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불탑은 평면이 사각인 데 비해 8각이고, 층수도 5층이나 7층이 아닌 9층이라는 점에서 여러 모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 은 8각9층 석탑은 고구려계 석탑의 형식으로, 신라문화의 기반이 쇠퇴한 고려시대에 백두대간을 타고 고구려 계통의 문화가 오대산을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었던 것이라  한다. 조선중기의 문신 박광우(朴光佑)는 유구하고 장엄한 월정사 석탑의 정취를 위와 같이 읊 었다. 우뚝 솟은 구층석탑을 1천 층이라 하여 그 위용을 표현하고, 각 층의 팔각지붕돌마다 매달아놓은 풍경의 청아한 소리를 평온하게 그렸다. 특히 동양사상에서 봤을 때 월정사 탑은 층수와 평면구성이 음양의 수 개념에서 최고치인 9층과 8각으로 이루어져 충만한 음양의 기운을 담고 있다. 열 개의 수 가운데 10은 하나의 단계가 완성되는 일단락의 의미를 지녔고 도형 상으로도 십각은 거의 쓰지 않는 반면, 8은 2—4—8로 변화의 리듬을 지닌 수이기에 음의 최고치로 즐겨 쓰인다. 본래 탑의 층수는 3ㆍ 5ㆍ7ㆍ9층처럼 양수이고, 평면구성은 4각을 중심으로 6각ㆍ8각 등 음수를 취하게 마련이다. 이는 하늘[陽]을 향한 층수는 양수로, 땅[陰]을 이루는 면은 음수로 구성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민속적 의미에서 9층의 구조물은 민간에서 인식하는 최고의 높이이자 양의 기운이 꽉차있 음을 나타낸다. 숫자 9는 양기가 가장 충만한 수, 가장 크고 높은 길수로 신성하게 여겨 높 고 깊고 많고 긴 것을 나타낼 때 즐겨 사용해왔다. 넓은 하늘을 구천(九天)ㆍ구건(九乾)이라 하고, 구천구지(九天九地)라 하면 하늘 꼭대기에서부터 땅속까지의 사이를 뜻한다. 구곡간장 (九曲肝腸)은 깊은 마음속을, 구중궁궐(九重宮闕)은 문이 겹겹이 달린 깊숙한 궁궐을 일컫는 다. 〈춘향전〉에 나오는 “칠년대한 단비 오고 구년지수(九年之水) 해돋는다”는 구절에서 구 년지수란 구년간 계속되는 큰 홍수를 말하여, '구년지수에 해가 돋는 것'은 오랜 세월을 두 고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썩 많은 것 중 지극히 적음을 나타낼 때는 구 우일모(九牛一毛)라 하여 아홉 마리 소의 한 오라기 털로 표현하는가하면,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경우에는 구사일생(九死一生)이라 하였다. 용과 짝을 이룬 구룡(九龍)은 신령함의 상징으로 여겨 각종 자연지명에 등장하고, 싯다르 타의 탄생장면을 담은 비람강생도(毘藍降生圖)에 구룡이 물을 뿜어 갓 태어난 태자의 몸을 씻어주듯이 도상으로도 즐겨 표현된다. 또 임금의 면복에 아홉 가지의 수를 놓아 구장(九章) 이라 하고, 아홉 칸으로 나누어진 찬합에 음식을 담아 구절판이라 하는 등 의식주 전반에 걸쳐 최고의 의미를 담기 위해 즐겨 사용된 수이다. 평면을 이루는 8각은 건축역학적 의미도 클 것이나, 상징성의 측면에서 보면 하늘과 땅의 이치를 두루 갖춘 도형이다. 동양에서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은 천상과 신을 뜻한다면 사각은 세상과 인간을 뜻한다. 서양에 서도 숫자 4가 세속을 상징한다고 보았듯이 사방(四方)은 곧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표현 하는 말인 것이다. 불국사 다보탑은 땅속에서 솟아난 다보여래의 법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공중에 떠있는 의미를 지녀 아래로부터 위를 향해 사각→팔각→원이라는 구성을 지니는 데서도 이러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주역』에서는 '하늘은 칠이요, 땅은 팔(天七地八)'이 라 하였다. 양수인 7을 하늘에, 양수인 8을 땅에 대입한 것으로 서양에서 ‘3은 신성한 수, 4 는 세속의 수’8)라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따라서 사방팔방이라는 말을 쓰듯이 8 은 삶의 공간과 땅의 속성을 드러내는 수이다. 이와 동시에 도형 상으로 팔각은 사각에서 원으로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자, 원과 사 각의 형상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팔각의 형상을 불교에 대입해보면 깨달음의 세계를 나 타내는 원을 지향하는 도형이며 그러한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올바른 팔정 도(八正道)를 닦아야 하니, 형상과 수 개념이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팔은 수 개념으로 보면 지상과 세속의 수요, 도형의 개념으로 보면 신성함을 지향하는 수인 것이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 담긴 동양사상적 의미는 이러한 천지조화의 이치가 담겨있다는 데 있다. 땅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하늘을 향해 솟은 탑은 천상과 지상,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원초적 상징성을 지닌다. 따라서 땅을 뜻하는 팔각의 평면과, 하늘을 향한 아홉 단 계의 층수는 천지의 기운이 가장 충만하다고 여기기에 충분한 것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이 있듯이 불탑뿐만 아니라 마을에도 돌탑이 있고 전국의 방 방곡곡에 크고 작은 이름 없는 돌무지들이 무수하다. 정성들여 돌을 쌓고 그렇게 쌓은 돌무 지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는 광범위하고 역사도 깊다. 민간에서 이처럼 탑을 세우고 소망을 담는 것은 하늘을 향해 솟은 탑의 구조적 상징 때문이다. 탑뿐만 아니라 하늘과 지 상을 연결하는 자연물로 산과 나무, 솟대ㆍ장승ㆍ서낭대ㆍ볏가릿대처럼 장대를 세운 일련의 입간(立竿) 구조물은 모두 하늘을 향한 수직성이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이들 수직적 상징물 은 인간의 기원을 올리고 신의 뜻이 내려오는 매개로 여긴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간(神竿)이 자 우주목(宇宙木)의 의미를 지녀,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세계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것이 다. 불탑이 붓다의 유골을 모신 예배대상이자 불교사상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출발했지만, 하 늘을 향해 솟아있는 상징성을 공유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삼한시대에 제의를 행하던 신성지 역 소도(蘇塗)에 대해 『삼국지(三國志)』에서 “그들이 소도를 세운 뜻은 마치 부도(浮屠)를 세운 것과 같다”고 한 데서도, 입간 구조물의 종교적 상징성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또한 탑은 삼보의 요체라는 본래의 불교적 의미와 함께, 광범위한 입간신앙의 기반 위에 천지와 음양의 조화가 충만한 탑으로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 서 탑을 둘러싼 다양한 신앙행위가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불탑숭배 방식으로 탑돌이가 전승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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