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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이전 탄허의 전통학술 수학과 구도입산의 궤적
- 주제미래를 향한 100년, 탄허
- 시대1975년
- 저자이원석
목차
위로 가기 출가 이전 탄허의 전통학술 수학과 구도입산의 궤적이원석
1. 머리말
2. 부친 김홍규의 보천교 활동
3. 면암·간재와 이극종의 학통 재고
4. 전통학술의 수학과 구도의식
5. 맺음말
상세소개
위로 가기두루 알다시피 탄허는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이자 학승이다. 그는, 속명俗名이 김금탁金金鐸이고 자字가 간산艮山이며 본관本貫이 경주慶州이다. 전라북도 김제에서 출생하여 22세에 오대산五臺山 상원사上院寺로 출가한 이래로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의 지도로 용맹정진하여 정혜쌍수 定慧雙修하면서도 경經·율律·론論의 삼장三藏에 정통하였는데, 특히 화엄 학에 뛰어났다. 이와 함께 전통불교의 재정비와 불교정화운동을 배경으 로 불교의 인재양성과 대중화를 위해 오대산수도원 등에서 교육활동에 종사하였고 『화엄경』, 『능엄경』, 『금강경』 등 각종 불장佛藏을 번역하는 일 에 진력하였다. 그 가운데에 1975년 47권으로 출간된 『현토역해懸吐譯解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은 그 백미로 동아시아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이 었다. 그 공로로 1975년 제3회 인촌문화상과 조계종 종정상을 수상하였 다. 덧붙여 일찍부터 유가와 도가를 비롯한 동양사상에도 밝아 『도덕경』, 『장자』, 『주역』마저 번역 출판하여 불교를 중심으로 유儒·도道를 합일하 였다. 아쉽게도 1983년 월정사 방산굴方山窟에서 세수世壽 71세, 법랍法臘 49세로 입적하였다. 사후에는 국민문화훈장 은관장이 추서되었다. 그러나, 탄허가 불장佛藏과 선교禪敎의 심오한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 구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남긴 법문 법어나 저술은 지극히 소략하였다. 물론, 이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강조하는 선불교의 논리나 세속의 행 적보다 출가 이후만을 중시하는 불교계의 관행과 관련이 있다. “다언多言 은 사자士子의 병病이 되고 번문煩文은 도가道家의 해害가 된다. 도를 밝힌 말이라도 다언과 번문은 병이 되고 해가 되거든 하물며 도道를 밝히지 못 한 산설散屑의 잡화雜話야 말할 것이 있으랴. 나는……고인古人의 난서부화 亂書付火라는 훈계訓戒를 잠시도 잊지 않고 저술보다는 사색思索, 사색보다 는 좌망坐忘을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단편적斷片的인 문자도 남겨 놓은 것 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탄허가 생전에 남긴 것은 교재나 서문, 전통양식의 글을 제외하면 『부처님이 계신다면』이라는 법어집에 불과하 다. 심지어 “부득이 청을 저버리지 못하고 간행을 허락한” 이 법어집이나 탄허가 입적한 뒤에 출판된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조차도 허상을 쫓 는다는 질타나 ‘멍청이’라는 꾸지람을 염려할 정도였다. 특히 1934년 출가하기 이전, 인생의 1/4이 넘는 시기 탄허의 자료는 거의 없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오대산에 입산하기 이전의 탄허 관련 자료는 『탄허대종사연보呑虛大宗師年譜』에 모두 합해도 9쪽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필자는 속가俗家 시절 김금탁金金鐸의 가정환경, 개인적 행 적, 전통학술의 수학, 사상의 성장 등을 규명하는 작업도 승려 탄허의 실 상을 밝히는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사적 입장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김광식金光植의 견해처럼 불교의 연기법적緣起法的 접근으로 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필자가 본고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청년 김금탁에게서 가정환경과 전통학술의 수학修學은 그의 출가와 불교, 그리고 사상형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민족적 민중적 사상 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 요소가 많은 점은 주목된다. 역류易類와 비기류秘 記類의 중시, 이와 결부된 예지본능과 한국의 장래상, 증산도甑山道 보천교 普天敎의 삼교합일三敎合一과 정학일치政學一致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는 스 님 탄허에게 본질적인 영역이 아니지만, 그 배경과 근원은 규명되지 않 으면 안 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는 보천교에 대한 연구와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탄허의 부친 김홍규金洪奎와 함께 가계도 검토되어 야 한다. 여기서 필자는 집안의 일을 덮어두건 널리 알리건 모두 ‘집안의 부끄러움[가추家醜]’이라는 방한암方漢巖의 명제를 상기해둔다. 본고는 탄허의 속가 환경과 그 스승 이극종李克宗의 학통을 재검토하 고 전통학술의 수학을 살펴보는 동시에 구도입산의 궤적을 고찰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까지 학계에서 가장 진척된 연구로 보이는 김광식 의 「탄허 스님의 생애와 교화활동」을 토대로 삼아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 다. 먼저 탄허의 가계와 함께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부친 김홍규와 그의 보천교 활동을 규명한 다음 기존에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과 간재艮齋전우田愚를 계승한 것으로 이해하는 이극종의 학통을 재검토하고, 마지막 으로 탄허가 전통학술을 수학修學하는 과정과 내용을 분석하겠다. 아울 러 이상에서 어떠한 학술과 사상이 탄허의 구도입산求道入山에 영향을 미 쳤는지 그 궤적을 추적하겠다. 다행히도 최근에 월정사가 방한암, 김탄 허, 장만화 등의 법어집과 그 상좌나 관련자들의 회고대담집을 출판함으 로써 자료의 공백이 일정 부분 해소되었다. 필자는 회고대담집이 지 닌 한계를 염두에 두면서도 부족한 자료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으 로 이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