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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불화의 제석천 표현 특징과 위상
- 주제한국불교에서의 제석천이 가지는 의미와 제석신앙
- 시대고려 시대
- 저자이길산 (경남대학교 교양교육연구소 조교수)
목차
위로 가기 고려 불화의 제석천 표현 특징과 위상이길산
(경남대학교 교양교육연구소 조교수)
Ⅰ. 들어가는 말
Ⅱ. 고려 불화에서 제석천 이미지의 변화
Ⅲ. 기존의 해석 검토
Ⅳ. 새로운 해석
Ⅴ. 나가는 말
상세소개
위로 가기본생담(Jātaka)에 속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수다나(Sudāna) 태자의 보시 퍼레이드는 제법 잘 알려진 편에 속한다. 비쉬반따라(Viśvantara, P. Vessantar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수다나 태자는 보시에 심취한 나머지 비를 부르는 영험한 코끼리를 어떤 바라문에게 그냥 줘버리고 만다. 어이없이 국보를 상실해버려 크게 분노한 왕은 자신의 아들을 추방해버린다. 이에 태자의 가족은 산속으로 쫓겨가게 되는데, 가는 길에 마차도 자식들도 부인도 원하는 이에게 넘겨버린다. 태자의 부인까지 접수하며 태자의 보시가 진심임을 확인한 바라문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태자에게 받았던 모든 것들을 되돌려준다. 보살을 시험한 저 바라문의 정체가 바로 인드라(Indra), 즉 제석천(帝釋天)이다. 벼락[Vajra]을 주력으로 삼는 호전적인 군신(軍神), 모든 신적인 존재들을 다스리는 신들의 제왕,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인지 주색(酒色)에 미친 인격 파탄자, 또 그러면서도 인간들의 삶에 집요하게 참견하며 선악(善惡)을 논하려는 자가 인도의 신화적 전통에서 대강 그려지는 제석천의 이미지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계통을 함께 하는 이 망나니 신은 불교의 흥성과 함께 어느 순간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존재로 불교계에 편입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어느 정도 신분세탁은 거쳤지만 여전히 악역에 어울리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불교미술사에서 제석천 관련 스토리는 오랜 기간 제법 인기 있는 소재였다. 본고에서는 고려 불화에 나타난 제석천의 이미지 변화에 주목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한 가지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예술과 의례, 그리고 정치를 함께 취급하는 시론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석천 관련 다양한 이미지들을 취급하되 그것들의 도상학적 내지 양식사적 분석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보다 광범한 지적 배경들을 소환하는 데에 힘쓸 것이다.